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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사주신 양말

2016. 7. 3. 16:56

어제는 음력 5월 28일 할아버지 제사.

할아버지, 할머니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상을 차려드리는 날 이었습니다.


문득 들었던 몇 가지 끄적거려두고 싶은 생각들 정리합니다.


아버지가 어릴 때 돌아가신 얼굴도 못 뵌 할아버지.

약 2년 전 쯤 돌아가신 할머니.

그래도 여전히 그 존재감으로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를 만들어주시는 감사한 분들입니다.


직접 쓴(그린) Thank you


어제는 특별히 할머니가 명절에 선물로 주시던 양말 생각이 났습니다.

가족, 친척들이 신고 있는 양말이 할머니가 선물하셨던 색깔을 닮아서였을까요.


1. 작은 선물


돌아가신지 얼마 안되셔서 아직도 할머니 방에 가면 웃으면서 양말을 주실 것만 같네요.

한 번 할머니가 주신 양말을 떠올리면 모든 양말이 할머니가 주신 것 같아 보입니다.

할머니의 작전 이셨는지 몰라도 정말 흔한 디자인의 양말을 주셨거든요.

꾸준히 주는 작은 선물은 어쩌면 생각나는 추억이 되고 잊지 못할 기억이 되는 모양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변함 없이 꾸준한 작은 선물을 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2. 양말


그런데 왜 하필이면 양말을 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말은 몸의 가장 아래에서 고생하는 발을 감싸는 옷입니다.

빨리 헤지고 더러워질 수 밖에 없죠.

자녀를 키우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들의 이미지와 겹칩니다.

'자녀들이 서로 그렇게 섬겼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걸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돌아가신 할머니께 그 의미를 여쭤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양말에 담긴 따뜻한 마음만은 여전히 느껴지네요.


3. 효


"돌아가시기 전에 잘해드려야지..."

차례를 지내거나 제사를 지낼 때면 늘 듣는 말입니다.

십분 동의하는 말이기도 하구요.

그럼 이미 돌아가셨으면 효의 기회는 더이상 없는걸까요?

생전에 바라셨던대로 살아가는 것이 효의 연장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양말에 담긴 의미대로 가족, 친척들이 화목하게 웃으면서 지내는 것.

모여서 추억을 나누는 것도 효라고 생각하고 싶어집니다.


번외. 

지혜로운 누나가 전해주는 명절, 행사 때 고생한 아내에게 해야하는 말!?


친한 듯 안 친한 듯 모이면 웃고 떠들게 되는 친척들.

그 자리에 빠지지 않는 많은 요리들과 제사 상에 올려지는 음식들.


자리를 만들기 위해 묵묵히 고생하는 분들이 반드시 있습니다.

어머니들, 형수들, 그리고 아내가 음식을 하고 뒷정리를 하느라 하루 종일 일하죠.


그 고생을 하고 돌아가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남자들이 주로 하는 말 

"고생했어, 수고했어"

누나는 그 말을 들으면 왠지 돈 받고 일하는 파출부가 된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고마워" 

라는 말을 먼저 해주는 게 듣기 좋다고!

많이 공감했습니다.

TechTrip 스압없는 소소한 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