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똥집 영어로?!

2020. 2. 15. 15:17

몇달 전 미국 법인 친구들이 한국에 와서 치맥을 하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사무실이 강남역 근처라 많고 많은 음식점 중 가까운 치킨집으로 갔는데 메뉴판에 영어가 없더군요. 굳이 외국인을 받지 않아도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심지어 그림도 없는 메뉴판. 그리하여 메뉴를 설명해야할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미국 법인 친구들이 갑작스레 으쓱하며 요즘 이런거는 실시간으로 번역을 해준다며 설명 필요 없다는 겁니다. 한 친구는 Bixby 비전 다른 친구는 구글 번역을 켜더니 메뉴판을 카메라로 보더군요.

다른 거는 뭐 그럭저럭 알아들을만 한지 보다가 '닭똥집'을 본 순간 재미난 표정을 보이는 겁니다. 이건 대체 뭐냐면서요. Bixby는 'Chicken shit', 구글 번역기는 'Chicken dung'이라고 번역이 된 문구를 보여주며 이런걸 먹냐는 난처한 눈빛.

 

닭똥집 요리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서 생각을 하는데 아무래도 단어가 안떠오르는 겁니다. 결국 'Chicken intestine' 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찝찝했네요.

정확한 단어를 찾아보니 'Chicken gizzard'(닭 모래주머니) 였습니다. 좀 더 호기심이 발동해서 모래주머니가 왜 필요하며 이름은 왜그런가 궁금해졌습니다.

새들은 모래주머니라는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새들은 이가 없기 때문에 먹이를 바로 삼키고 그것을 잘게 부수기 위함입니다. 이로 씹어 삼키는 대신 모래주머니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왜 이름이 모래주머니일까요? 그것은 먹이를 삼킬 때 모래나 돌맹이를 함께 삼켜 그것을 이용해서 소화를 돕기 때문입니다.

음식점에서는 모래주머니를 왜 하필 똥집이라고 썼을까요? 이는 모래주머니가 닭의 '위'의 일부이고, 똥집은 '위'의 속어이기 때문에 '닭의 위'라는 재료를 음식 이름으로 쓴 것 뿐이랍니다.

담담하게 써내려갔지만 재미난 에피소드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조만간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이런 것들은 과연 기술이 어떻게 극복할지 참 궁금해지는 날이었습니다. ^^

TechTrip 스압없는 소소한 Ep.